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소신과 철학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라”

 

 

김치를 세계 최초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등재시키는 등 사무관 시절부터 농식품산업 분야의 발전을 앞당기는 데 큰 축을 담당해온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탁월한 추진력과 리더십,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원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말로 소신을 밝히는 오병석 차관보를 만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공직관을 들었다. 

 

Q_ 30년 공직 생활 동안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오셨는지요.
오병석(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_ 농고와 농대를 나와 기술고시로 입직해 인문학적 소양 등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나름의 진정성을 갖고 일해 온 것 같아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하동 섬진강의 ‘청매실아줌마’ 홍쌍리라는 분을 발굴해 매실을 활용한 전통식품을 장려하고 섬진강 매화축제와 매화산업을 일으키는 등 농촌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발굴, 만들어내는 데 보람도 느꼈습니다. 규제를 완화해 전통주 산업도 일으켰고요. 어떤 일을 맡으면, 그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열정으로 대한 것이 오늘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Q_ 그런 마음으로 일하셔서 성과도 많으실 텐데, 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셨다고요?.
오병석_ 김치를 세계 최초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등재시켰죠.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이 기무치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직접 지시하셨죠. 김치를 국제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에 등록하기 위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마감일이 임박해 업무를 인수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날아갔습니다. 신청서 제출 후 아시아 지역에서 1단계 심의를 받기 전 사전 작업으로 태국, 싱가포르, 인도, 호주,
말레이시아, 뉴질랜드에 사전 설명을 했어요. 이런 노력 끝에 2001년 우리 고유의 전통발효식품 김치가 국제적 승인을 받았습니다. 농림부는 5조~6조 달러가 넘는 식품산업에서 우리 농업의 활로를 찾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Q_ 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성과를 내셨는데, 그 저력과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왔나요?
오병석_ 단순 무식하게, 저돌적으로 했죠. 김치에 고춧가루를 대체하는 색소를 쓰라는 등 숱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김치의 본질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김치’라는 명칭을 고스란히 지켜 등재시켰는데, 그 당시 조일호 차관께서 저를 두고 “자네는 김치 써는 칼로 뇌를 수술해버렸네”라고 표현하실 정도로 김치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Q_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오병석_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크게 부딪혀본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인상이 좀 강하고 사투리도 쓰고 목소리가 크다 보니 ‘싸가지가 없다’, ‘독고다이다’라며 오해를 좀 받았죠. 6년 반 동안 부이사관을 하면서 오해도 많이 쌓였지만, 저와 근무한 직원들이나 한 번이라도 저와 식사를 했다든가 자리를 함께한 분들은 오해를 풉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힘든 일은 있어도 나쁜 일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글로 써서 책상 옆에 붙여두었는데…
(오병석 차관보는 즉석에서 ‘힘든 일은 있어도 나쁜 일은 없다’는 문구를 적어 보여줬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적어두고 봐요. 마음이 여리고 예민한 편이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신경 쓰고 외로움도 많이 타며 감수성도 많아요. 

 

Q_ 그런데 공직에는 어떤 계기로 들어 오셨나요?
오병석_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카메라 렌즈 제조사 오리온 광학에서 1년 정도 일했어요. 어느 날 부잣집에, 덩치도 좋고 귀티 나게 생긴 동갑내기 회장 아들을 보면서 ‘나는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길로 농고에 진학했죠. 고교에 진학해서도 정신 못 차리다가 1980년 아버지가 급성간경화 판정을 받아 오래 못 살 거 같다는 말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서울대 농업교육학과에 갈 성적이었지만, 형편상 장학금 주는 전남대 농대를 갔어요. 기술고시를 준비하면서 농협중앙회에서도 일했었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웃음).

1989년 기술고시 2차 시험에 합격, 1990년 4월에 입직했어요. 그동안의 삶을 들여다보면 별 생각도 없고 준비 없이 여기까지 온 것으로 봤을 때 인품과 심성이 좋은 아버지, 어머니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달 전 작고하신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참 좋은 분들이세요. 친가와 처가 부모님 모두 좋은 분들을 만난 것도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Q_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하셨는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세요?
오병석_ 가끔 하동 칠불사에 들르거나 등산도 합니다. 지인들과 골프도 쳐요. 활동적으로 보여도 정적인 편이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비굴한 성격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섭섭해하거나 서운하게 여기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내가 한 번 수고하면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대하다 보니 팬들도 생겼어요. ‘문제가 생기면 오병석이가 제일 먼저 해결해준다’는 평가도 받아요.

 

Q_ 진가를 알아봐주시네요. 공직생활에서 롤 모델이 있으신가요?
오병석_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님이세요. 일에 대한 집중력과 공사 구분 능력, 다양한 경험과 명석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두루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를 통해 많이 배웠고 존경할 만한 분입니다.

 

 

 

 

Q_ 명확한 업무지시와 추진력이 뛰어난 분으로 평가받는데, 후배들에게 공직자로서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오병석_ 스마트 농업 시대에 ICT나 타 분야의 기술을 도입·접목해 농업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해보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외부에 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성공해야 나라 경제가 돌아가잖아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고 자주 만나야 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공직에 많이 들어오는데,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고 해요.

 

Q_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공직자들에게 ‘이렇게 변하자’는 취지로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병석_ 녹비 작물을 재배해 지력을 높이고 화학비료 사용을 절감하는 사업을 했었어요. 이 녹비 작물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연간 2,000만 달러씩 수입합니다. 국산화하면 외화 유출을 막고 농가 소득도 높일 수 있는데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소고기등급제도 기존의 마블링 중심에서 개선이 필요한데(지방인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옥수수(탄수화물) 사료를 사용함), 기득권과 국민의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바꿀 수 있다면 국민 건강은 챙기고 외화는 줄여 축산 농가의 경영비를 감소해 한우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사회 현상이나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신과 철학을 갖고 고민하며 나라 경제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후배 공무원에게 전하는 공직생활 성공 노하우]

- 역지사지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 일의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열정으로 대한다 
-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 ‘내가 한번 수고하면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대하라 
-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외부에 있으니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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