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평화시대 전초기지 江原, 그리고 평화특별자치도

평화시대 전초기지 江原,

그리고 평화특별자치도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그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에 큰 문을 연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꿈같이 기적같이 벌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시대 도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었다.

 

그러나 금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는 다시 시련을 겪고 있으며 아직은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되돌아보면 70년이 넘은 분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실감한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의 당위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도약대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고 있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아라.” 1990년 독일제국의 통일을 이끈 비스마르크의 이 말은 독일 통일의 키워드이기도 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는 ‘신의 옷자락’을 놓쳐 버린다면 그 기회는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미래에 대한 과도한 소망이나 지나친 비관을 삼가고 실사구시 자세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을 차분히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는 전후 분단의 아픔이 저며 있는 생생한 현장이면서 그동안 안보의 최전선으로서의 짐을 묵묵히 감당해왔다. 당연히 온갖 규제가 집결되면서 낙후와 희생의 멍에를 운명처럼 짊어진 참 애잔한 지역이기도 하다. 산지, 군사, 환경 등 중복 규제면적이 전체의 53%에 이르고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어떤 기획도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석탄산업이 오랜 기간 국가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었지만 이제는 소위 폐광지역이라는 이름을 달고 회생의 기미 없이 연명하는 처지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수도권의 강력한 구심력은 그나마 남은 역량마저 적지 않게 잠식해 왔다. 이러한 결과 지난 수십 년 GRDP(지역내총생산), 인구 및 일자리 비중 등은 지속적인 감소 내지 정체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마찬가지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강원도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려고 있다. 10여 년의 절치부심 끝에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동계올림픽은 도민의 자부심이며 미래 지역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다름 아닌 변방으로부터 북방경제 전초기지로의 도약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몇 가지 전제를 예시해 보면 우선 북동쪽으로의 교통인프라 확충이다. 예를 들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이 연결되면 강원도는 바로 대륙의 관문이자 물류기지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남다른 생태 및 역사문화 자원의 가치 제고이다. ‘과거의 희생이 지금의 비교우위(The advantages of backwardness)’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 원산 등 북한자원과의 연계는 관광산업의 획기적인 지평을 열게 된다.

 

세 번째는 접경지역의 변화이다. 최근 접경지역은 군사규제 완화, 국제적 자산인 DMZ에 대한 관심의 고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등으로 지역의 가치 척도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하면 국토균형발전 대전제의 획기적 전환에 대한 기대이다. 그간의 다양하고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수도권 인구 비중이 금년 내로 50%를 넘는다는 믿고 싶지 않은 전망도 나와 있다. 이제 균형의 관점은 현재의 틀을 넘어 한반도 전체로 확장되어야 할 때이다. 즉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넘쳐흐르는 수도권의 부하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전혀 새롭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적지는 당연히 인접 강원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래는 강원도민의 간절함만으로는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 지역의 누적된 희생에 대한 배려와 다가오는 시대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과 강력한 지원이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과거 국가발전 비용의 균등화 차원에서도 타당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강원도는 지금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되어있는 법안에는 별도의 정부 지원기구 설치, 행·재정상의 특례, 특구 지정과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강원도가 평화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평한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호소와 같은 것이다.

 

과거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업무를 상당 기간 관장했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입법과정이 그다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강원평화특별자치도가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가치의 새로운 생산기지가 반드시 되리라 믿으며 정부와 타 자치단체 그리고 국민 모두의 각별한 이해와 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