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지방 주택시장, 정책 그리고 분권

지방 주택시장,
정책 그리고 분권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지방의 주택시장이 매우 심각하다. 2019년 7월 현재, 강원도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7,474호인데 작년 말보다 1.5배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는 전체 시·도 중 네 번째인데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은 계속 쏟아질 전망이다. 유례없이 6개 시·군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지역의 인구, 주택보급률을 감안하면 가히 기형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시기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6만 5,000 가구인데, 지방 소재 물량이 4만 3,000 가구로 68%나 차지하고 있다.
 

주택 미분양은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전세가 하락을 초래하여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 지역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 주택 관련 일자리 상실 등이 연이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창원, 거제 등 경남의 도시들은 전통적인 주력산업의 쇠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주택 미분양까지 더해져 고난이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주택정책은 주로 정부가 주도하여 만들고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시장 상황, 중장기 수급관리, 취약계층 지원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9·13 대책 등 다섯 차례의 굵직한 대책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거의 모든 정부의 수많은 대책이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방에 대한 고려는 상당히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문제 해결 중심의 정책들이 지방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 증가일 것이다.
 

11년 전 필자는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실무적으로 조율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 시절에도 미분양 주택 문제는 사태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 물량이 12만 호나 넘어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세제, 금융, 공공부문 매입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이를 완화하고자 진력했던 경험이 있다. 부동산 정책의 90%가 미분양 해소에 집중된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왜 우리는 과거
의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지? 아쉬움이 무척 크다.

 

지역의 사정은 그 지역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주택정책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다 보니 지역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물론 자치단체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곳도 있겠지만 대개는 통상적 인허가 역할을 크게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주택 건설이 세수와 직결되어 있어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11년 전, 주택 미분양 대책을 마련하면서 이제는 지역의 주택시장 관리에 지역이 책임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바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생각은 더욱 명확해지
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주택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베이스가 확충되어야 한다. 시장 동향과 연계한 신규 주택공급을 위한 도시계획 심의 기준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택지 확보, 주택공급 및 인허가 시기, 분양가 등을 주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지방도 재정, 세제 등 주택수급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지역 공직자들이 이러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중앙정부 역시 지역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는 시행 전에 반드시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 과거 시장 활성화 대책 시행 후 줄어든 지방의 취·등록세 보전 이슈로 중앙과 지방정부가 자주 갈등한 사례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투기억제를 위한 최근의 금융규제 강화는 투자 여력이 수도권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어렵게 하여 지방 미분양 해소를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30만 호의 3기 신도시는 장차 지방 주택시장에 대형 폭탄이 될까 두렵기만 하다. 흔히들 지방분권을 말할 때 획기적인 재정의 이양, 조직 운영의 재량 확대 등을 우선한다. 물론 돈과 권한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스스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이다. 미분양 주택 문제를 반면교사로 정부도 이러한 방향으로 지역을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분권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