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왜 계속 시위하는가? 그리고 한국 여파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019년 12월24일(현지 시간) 홍콩 전역 주요 쇼핑몰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벌였다. 지난 11월 말 지방 의회 선거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평화가 깨지고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를 취재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위의 영향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표 값은 2018년도 대비 반으로 줄었고, 숙박비도 상당 수치 떨어졌다. 실제로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는 331만 명으로 2018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다. 이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3년 5월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율이다. 또 홍콩 정부에 따르면, 10월 소매 매출액이 301억 홍콩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전년 대비 24.3% 급감했다고 밝혔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홍콩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허브’라고 불리는 홍콩은 이번 사태로 인해 여러모로 곤혹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홍콩 자치권 그리고 홍콩 민주주의를 향한 목 소리를 크게 외치고 있다. 홍콩 시위의 시발점이된 범죄인 인도 법안은 시민들의 평화로운 행진부터 폭력적인 시위까지 동반해 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무한 연기되었다. 홍콩 시위대는 승리를 거두었는데, 왜 시위는 멈추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우리나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홍콩은 중국이 아닌가?
홍콩은 중국 땅이 맞다, 하지만 준자치 지역이다. 156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중영공동선언에서는 홍콩의 주권을 중국이 반환받은 이후 1999년 7월 1일부터 중국 정부가 홍콩에 홍콩 특별행정구를 설치하고, 일국양제에 따라 하위 조항에서 영국령 당시 체제를 최소 50년간 유지한다고 할 뿐이다. 하지만 홍콩은 일국양제가 시행된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본토와는 국방, 외교 부분을 제외한 많은 것이 분리되어 있으며, 통화도 다르고 여권도 다르다. 실제로 현지 인터뷰에서 한 청년은 “나는 중국사람이 아니고, 홍콩 사람이다”고 말할 정도로 홍콩과 중국은 거리감이 있다.

 

왜 홍콩 시민들은 아직도 시위 중인가?
범죄인 인도 법안이 2019년 2월에 홍콩의회에 제출되면서 시위가 시작되었다. 시위로 인해 결국
이 법안은 6월에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두 달이 넘은 8월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법안을 연기시켰다. 이렇게 길게 끌어진 시간 동안 법안을 반대하고 또 반중국 성향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이 늘어났고 시위대는 더 나아가 “Five demands, not one less!”(5대 요구를 들어 달라,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범죄인 인도 법안을 넘어서 약속 받은 기간 2047년까지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

 

슬로건의 5대 요구
1.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
2.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을 철회할 것
3. 무력 진압에 사과하고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를 시행할 것
4. 체포된 시위대 모두를 석방할 것
5. 홍콩 행정 장관 직선제 및 입법회 보통, 평등 선거를 실시할 것

 

홍콩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가 아니면 나빠지고 있는가?
추정하기 어렵다. 6월 비폭력 시위는 시위 주최측 추산 시위 참가자 200만 명, 경찰 추산 시위 참가자 34만 명으로 가장 컸다. 이후의 상황은 시위의 규모적인 면에서 6월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해가면서 상황이 더 나빠져갔다는 의견도 많아지
고 있다. 지난 8월, 홍콩 공항은 처음으로 임시 폐쇠했고 10월에는 홍콩 철도가 2007년 이후 처음
으로 하루종일 폐쇄되었다.
11월 중순에는 더 혼란스러워졌는데, 중심 비즈니스 지구와 대학가 중심으로 경찰과 폭력적으로 대
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2명이 사망했고 사망 소식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분명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폭력적인 시위로 피해를 받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현지 인터뷰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 시위를 하니 나라가 혼란스럽다. 나는 중국 본토 학생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에이전시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고객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홍콩 상황은 얼마나 악화될까?
홍콩 사태는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번 홍콩 사태가 폭력적으로 변하고 장기화되면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발생되는 게 아니
냐고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한 홍콩 시민은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며 군대를 동원해 홍콩을 잡아먹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거주 외국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은 많은 비리가 있는 중국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
문에 홍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레드 캐피탈리즘》의 저자이
자 중국 금융 전문가 프레이저 J. T. 하위는 최근 “중국은 여전히 자본의 관문으로서의 홍콩을 필요
로 한다”며 “홍콩에서는 여전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강력한 상업적 법적
근거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기업인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것을 보면 아
직까진 문제 없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홍콩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과 홍콩은 매우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가진 매우 다른 두 지역이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처럼홍콩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로 이루어진 입법부를 가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입법회 또는 레그코(Legco)라고 하는데, 70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제도 내에서, 홍콩은 많은 정당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양당체제로 대부분은 친-민주주의 혹은 친중이다. 선거마다 홍콩의 친-민주주의와 반체제 정당들이 일반 투표에서 승리하는데, 아이러니하게 그들은 입법회의 좌석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홍콩인들이 투표할 때 이 70석 중 40석에만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다른 30명은 홍콩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되는데, 예를 들어 한 자리는 금융 산업에 속하고, 한 자리는 의료 산업에 속하고, 또 다른 한 자리는 보험 산업에 속한다. 이 30석 중 많은 수가 기업들에 의해 선출되는데 대기업은 중국과 친하게 지내야 할 동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자리들은 친중 정당들이 장악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친중 정당들은 일반 투표에서 한 번도 50% 이상을 얻은 적이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항상 불만이 쌓였고 이번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 자치권을 침해하는 다음 단계로서 널리 인식되면서 시위는 커져갔다.

 

한국에 대한 영향은?
이번 홍콩 사태는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홍콩 사태는 미·중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이는 북핵에 대한 정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경제적으로 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홍콩에 수출한 규모는 460억 달러(53조 원)로, 수출 상위 4위에 해당된다. 특히 홍콩-본토간 CEPA(경제협력동반자협정)를 활용한 관세 혜택, 낮은 법인세 및 우수한 금융·물류 인프라 등으로 홍콩은 우리나라 대 중국 수출에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되었다. 실제로 2018년 홍콩으로 수출된 우리 제품의 82.6%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만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시위 장기화에 따라 홍콩-본토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여타 주요
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홍콩과 대립 중인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에 개입하면서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고립되고, 이에 따라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한국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 재수출 인프라가 최적화돼 있어 많은 한국 기업이 최우선으로 선호한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 홍콩 수출 중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3.0%,
63.3%로 높게 나타났으며,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홍콩 시장에서 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 세계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9%) 홍콩은 인천공항 최대 취항지로 주간 206편의 항공편이 운행되며, 통관이 간편하고 본토 연결 물류 인프라가 최적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홍콩 사태가 더 악화되면 인근 광저우 또는 선전 지역으로 수출해야 할 수도 있다.

 

홍콩을 경유하는 수출 경로의 이점으로는 뉴욕, 런던 다음으로 세계 3위 금융 허브의 이점을 활용한
자금조달, 무관세 혜택과 낮은 법인세, 그리고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를꼽을 수 있다. 2003년 중국과 체결한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으로 홍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의 대중국 수출이 무관세로 가능해짐에 따라 중국 시장에 대한 해외자본의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점 중 하나다.


한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금융기관의 홍콩지역 자산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9억 달러(약 21조 원)이고 당기순이익도 중국 다음으로 많은 2억 5,180만 달러(3,000억 원)다. 홍콩 사태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자산 건전성 관리와 실적에 해를 끼칠 수 있게 되고, 이는 해외시장 성장계획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권에서는 홍콩 시위의 영향보다 미·중 무역 전쟁이 더 큰 요인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이번 홍콩 사태는 중국에 대한 홍콩의 첫 시위는 아니지만, 가장 큰 시위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번 시위는 다르다고 한다. 처음으로 변호사나 정치인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법조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행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위 선두에 선 것은 젊은 사람들이다. 중국과 영국이 맺었던 조약이 끝나는 2047년이 한없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때까지의 시간과 그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하는 홍콩 젊은이들이 잃을 것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5·18 민주화운동이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우리의 마음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과 홍콩의 마음은 같을 수 있지만 구성된 상황은 많은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중화사상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던 중국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이런 중국은 우리가 놓쳐선 안될 핵심 국가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말했듯이홍콩은 결국 중국 본토로 넘어가는 중간자 역할이 크고 본질적으로 중요한 중국의 입장도 공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는 홍콩 시위대의손을 들어줬다가 중국 네티즌의 강한 반발을 사고 결국 사과문까지 냈다. 또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기업 페이스북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페이스북 아시아 본사에서는 홍콩이 중국에 의해 암묵적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시장이 큰 중국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의 그리고 현실 그 어떠한 곳에도 확실한 정답은 없다. 앞으로 홍콩 시위와 중국 정부를 세심히 관찰하며 정의와 현실의 중간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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