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한・중 경제 : 경제추격론의 관점에서

  • 등록 2019.03.05 19: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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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미·중 무역분쟁’을 경제추격론 관점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경제추격이란 후발국이나 후발기업이 선발국이나 선발기업을 따라잡거나 넘어선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역습당하느냐, 추락하느냐가 오늘날의 이슈입니다. 예를 들면 국민 1인당 소득에서 어느 나라도 미국의 수준을 추월하지 못했습니다. 독일도 가장 근접했던 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떨어지고 있고 일본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해져 일본 추격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반면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일본을 넘어섰습니다. 대만의 실질소득이 일본을 넘었고 2000년대 이후 규모가 있는 어떤 나라도 미국을 아직 못 넘어섰습니다. 이것이 추격, 추월의 문제의식이 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각에서 중국을 보겠습니다.

 

세계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변환

세계의 정치경제 패러다임이 3가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의 변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 정책 목표를 민주주의나 자유시장이 아니라 미국의 이해를 증진하겠다는 것을 천

명했죠. 둘째, 개방적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 민족주의로의 변화입니다. 셋째, 중·미 갈등입니다. 신(新)냉전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의 중국 정책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의 확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였고 이것이 트럼프의 당선과 보호무역을 낳았습니다. 그 공통 뿌리는 2008년 금융위기의 비대칭적 해결에 따르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와 FTA를 체결한 자유무역 국가로, 개방주의 체제에서 우등생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없어지는 미스매치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 토대에서 2018년 이후 세계 무역량이 정체되는 슬로발리제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발생했고 중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며, 예상보다 중국이 더 많이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통계상 미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이 하락하고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증가한 사실이 증명되면서 이를 근거로 미국이 중국을 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겉으로는 무역 분쟁으로 보이지만, 헤게모니 싸움이라서 단기간에 정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정치가 실패했다는 인식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중국은 몇 가지 지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2018 경제성장률은 6.5%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경상수지는 2018년 가을까지 20년 만에 약 283억 달러가 적자를 보였습니다. 위안화도 가치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달러·위안화 환율이 2018년 3월20일 6.28위안에서 8월6일 6.85위안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주가도 떨어져 세계 2위의 주식시장 자리를 일본에 내주었습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진국 함정은 미국 대비 1인당 소득이 20~40%에 오래 머무는 것으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그 상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 나라가 한국과 대만이고 말레이시아는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국 추격이 멈췄습니다. 이를 두고 중진국의 함정과 투키디데스의 2가지 함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러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기를 2030년경으로 예상하지만, 저는 10년 이상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꾸준히 성장해 현재 1인당 소득이 미국의 50%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도 미국을 추격하다가 2014년부터 멈췄습니다. 서방의 경제 제재 때문이죠. 현재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붙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중국은 무역 분쟁으로 묶어놓은것이죠.

 

중국의 경제추격을 보는 3시각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 벗어나느냐, 3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3가지 기준이란 얼마나 혁신적인가, 세계 우량기업을 창출하는가, 분배가 호전되는가입니다. 혁신의 지표 첫 번째는 R&D를 얼마나 투자하느냐, GDP 중 연구비용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입니다. 중국이 동일 수준 대비 가장 많습니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죠.

또 다른 특징은 중국도 한국처럼 주기가 짧은 숏 사이클 분야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가령 IT와 같은 분야 말이죠. 사이클은 기술의 변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선진 기술이 금세 낙후된 기술로 변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IT를 기반으로 추격 중이며 중국도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사이클이 긴 제약이나 부품소재 산업은 추격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제추격을 보는 두 번째 시각은 세계 초우량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초우량 기업의 기준은 포춘 500대 기업의 수를 근거로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00개의 초우량 기업이 지금은 추락하고 있죠. 그 대신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미국이 130개, 중국이 120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초우량 기업 수와 그 나라 경제 규모가 같이 갑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

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추격을 보는 세 번째 시각은 분배입니다. 이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1에 가까울수록 분배 수준이 최악이고 0에 가까울수록 최저입니다. 한국은 1970년대 초반 그 계수가 0.4를 넘었는데요, 이를 넘으면 분배 수준이 위험 수준입니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9년에 거의 0.5에 도달했다가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국이 비약하는 데 돌발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트럼프인 것이죠. 트럼프 이전에는 추격 불가능하던 국방, 오락/영화, 금융, 교육까지 추격하려고 했었는데, 트럼프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제 G2 헤게모니 싸움에 들어가면 신냉전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습니다.

 

한국의 대응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보호무역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퇴보로 세계의 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이 전환됐지만, 한국은 개방무역과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가치로 대천명하고 외교 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세계 기본 패러다임에서 한국 같은 우등생이 없습니다.

그다음에 경제적 차원에서 세계의 GVC(Gloval Value Chain)중 중국과 미국의 GVC에 대한 대안 모색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GVC 의존을 줄이고 제3의 GVC인 유럽이나 동남아에 좀 더 신경을 써서 달라지는, 가령 화웨이 제품에 대해서 어떤 나라들은 안 쓰겠다고 선언했고 어떤 나라들은 계속 쓰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은 무엇이냐 말이죠.

우리나라는 원칙에 입각한 대외정책, 경제무역을 해야 하며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가 대기업 의존도에 대해 쓴 논문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기업 의존도가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만 특별히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의 중소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입니다. 다른 나라의 중소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은 좀 약해요. 대기업을 누르고 중소

기업을 키울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더 많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중소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소기업의 국제화 및 혁신화입니다.

 

※ 제3회 국민시대 포럼에서 발표한 이근 교수의 발제를 요약·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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