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시행

지방자치권 보장 법령 제·개정 단계부터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지방자치의 헌법상 보장과 입법 현실 
우리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를 헌법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 보장의 핵심 내용은 자치행정의 ‘대상’과 그 ‘수행방법’의 보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지역 내의 모든 사무’를 ‘자기 책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입법 현실에서는 지방자치의 헌법상 보장이 갖는 의미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자치분권에 대한 중앙부처의 인식 부족으로 인하여 법령의 제·개정 과정에서 여전히 중앙부처 중심의 사무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방에 행·재정적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국가의 권한으로 규정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과도한 지도·감독 수단을 신설하는 경우, 국가의 업무 수행에 따르는 행·재정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 등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지방의 자율성 제약 및 지방자치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의 도입
이러한 현실상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19년 3월12일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했고 7월1일부터 시행한다(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0조의2).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란 중앙부처가 소관 법령을 제·개정할 때 국가·지방 간 사무 배분의 적정
성, 국가 지도·감독의 적정성 및 그 밖의 지방자치권 침해 여부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도입에 따라 앞으로 중앙부처는 법령 제·개정 시 행정안전부에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요청하여야 하고, 행정안전부는 해당 법령의 지방자치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여 의견을 회신하여야 한다. 해당 중앙부처는 행정안전부의 검토의견을 제·개정 법령안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만약 반영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행정안전부에 소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전협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는 크게 세 가지를 검토하게 된다.


첫째, 지방자치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는 경우 무엇보다 사무 배분의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통해 입법 과정에서부터 사무 배분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명확한 사무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중앙부처 중심의 사무배분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사무배분 및 자치영역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또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하여 법원의 사후적 해결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법체계상 문제를 사전에 해결함으로써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도·감독의 적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의 지도·감독 사항에 관하여 명확하게 법적 근거와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에서 지도·감독 수단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규정하는지 등을 검토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인사권, 자치입법권 등 지방자치권 보장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국가사무 수행에 따르는 행·재정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인사 운용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경우, 자치사무의 수행 방법이나 기준을 국가법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경우 등 지방자치권 침해 소지 여부를 검토한다.

 

실질적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는 사후 개선에서 사전 예방으로 지방자치권 보장의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과 책임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을 때, 권한 이양 등 사후적인 입법적 개선을 모색했다면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전에 제·개정 단계에서부터 갈등이 발생할 요인을 포착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분쟁 발생을 미리 방
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행정안전부는 연간 1,700여 건에 이르는 중앙부처의 제·개정 법령안을 검토하게 된다. 모든 법령안을 하나하나 자세히 검토함으로써 제도의 실질적인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는 빈틈없이 기할 것이다.